[서서히 세라믹 스튜디오 / 안서희 작가] 바다를 닮고, 바다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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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바다에 고민과 잡념을 던지고 온 그날부터, 안서희 작가는 바다를 닮고 바다를 담은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서히 세라믹 스튜디오’는 천천히,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작업을 해나가는 작가를 꼭 닮은 브랜드다. 


'서서히 세라믹 스튜디오'의 안서희 작가


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자 작업을 하며 ‘서서히 세라믹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안서희라고 합니다.

 

‘서서히 세라믹 스튜디오’라는 이름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서서히’라는 단어가 동작이나 태도가 빠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그런 느낌이잖아요. 거기에 제 이름 ‘안서희’를 결합했어요.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도 나의 일상을 천천히 찾아가자’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어가는 브랜드입니다.

 

'Therapy Feel-Wave'를 만들고 있는 모습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생활하는데, 공간 자체가 워낙 작았어요. 어느 날 바닷가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죠. 
평소에 답답하게 느껴지던 그런 공간이 아닌, 넓게 펼쳐진 거대한 바다라는 공간이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어요. 
또, 제가 힘들 때 바다에 간 적이 있어요. 당시엔 힘듦이 엄청 크게 다가왔는데 바다 앞에선 그런 감정이 정말 먼지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제 고민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치유를 받았어요.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바다라는 주제가 저에게 온 것 같아요. 


바다를 보며 느낀 그 날의 감정을 표현한 오브제  ‘Sea Shapes’

 

바다를 주제로 처음 만든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그 작품에서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바다를 주제로 ‘Sea Shapes’ 작품을 처음 만들었어요. 파도와 바다의 흐름을 주제로 작업한 오브제인데요. 바다에 가면 혼자 앉아서 파도를 계속 보게 돼요. 계속 부서지면서도 끊이지 않고 일렁이는 집요함, 부서질 걸 알면서도 계속 들이치는 파도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힘든 순간이 자연스레 없어지곤 했어요. 바다라는 무형의 공간을 흙을 통해 형태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제가 보고 느꼈던 파도를 형태와 색감으로 다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색감은 때때로 변화하는 바다의 다양한 풍경 색을 담아보았어요. ‘Sea Shapes’는 결국 제가 바다를 보며 느낀 그 날의 감정을 담은 오브제라고 보시면 돼요.


바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스케치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면서 꾸준히 ‘바다’를 작품에 담아내는 방식이 궁금해요.  

실제로 바다에 종종 가요. 서울에서는 강릉 쪽을 자주 가고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가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그래서 요즘 표현의 한계가 생긴 것 같기도 해요. 그전에는 제가 가서 찍어온 사진이나 영상을 바탕으로 작업이 시작되었거든요. 최근엔 이전에 찍어 놓은 것들을 꺼내 보고 있어요. 


파도 물결을 재해석하여 제작한 ‘Therapy Feel-Wave’ 인센스 홀더 


일상에서 오는 영감도 있을 텐데요, 바다라는 주제를 계속 파고들기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계신가요?

 질문을 받고 정곡을 찔린 느낌이 드네요. 현재 제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거든요. 사실 만들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작업도 많아요. 하지만 나를 닮은, 나라는 사람을 100%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이 현재로서는 바다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주제가 계속 여기에 닿아있는 것 같아요. 클래스를 하거나 그럴 때 종종 다른 작품을 만들 일이 생기지만, 저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작업은 아직까지는 바다를 주제로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꾸준히 계속해보려고 해요.

 

2019년 바롬 갤러리에서 진행된 석사 학위 청구전 ‘SEA SHAPES’ 


작업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작업하는 순간만으로도 항상 재밌고 흥미롭긴 한데요. 저는 전시를 할 때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껴요. 보통 제가 만든 작품의 실물은 작업실에 진열된 상태로 저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작업실에 놓여있던 작품들이 그와 딱 맞는 공간에 놓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 표현될 때 느낌이 정말 새로워요. 전시장에 놓인 작품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

 

바다를 주제로 한 작업 중 아직 해보지 못했지만,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제가 만든 작업을 가지고 바다에 가서 사진과 영상을 찍어보고 싶어요. 또 다른 한 가지는 흙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바다의 투명함, 해가 물에 비치는 반짝임 같은 걸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요. 다른 소재와의 협업을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조금 더 풍부하게 바다를 표현해보고 싶어요. 


작업실 풍경 


어떤 창작자가 되고 싶나요?

저는 조급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도예가나 공예가, 이런 직업적인 걸 떠나서요. 그냥 내 자리에서 묵묵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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